옛날글

돈이 잡아먹은 위대한 미용사

돈태풍 2008. 9. 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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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편하게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싶다. 추석을 맞이해 시골로 가는 차 속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3시간 정도 시골 풍경을 보면서 옛 추억도 되새겨 보았다. 그러던 중 문득 특이한 경험을 안겨주었던 한 미용사가 생각이 났다. 대단한 능력을 가졌던 미용사였지만 돈에 자신을 잃어버렸던 미용사였다. 평생에 단 한번 보았던 위대한 미용사였는데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그 위대한 미용사가 다시 옛날에 알던 그 미용사로 어디에선가 활약하기를 바라며 그 미용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머리카락의 곱슬이 심해 머리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서 머리를 짧게 하고 다니는 편이다. 그런데 방학을 맞이해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개학을 맞이하여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부모님이 소개해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게 되었다. 부모님과 친하셨던 모양이다. 여기서 위대한 미용사를 만났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나이의 여자였다. 혼자서 작은 동네 미용실을 하고 있었다. 미용실 거울 위에는 미용사가 대회에서 받은 상과 사진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은 미용사가 왜 동네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분명 무슨 사연이 있을 듯싶었다.

처음 머리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짧게 자르려고 갔기 때문에 미용사가 누구든 상관은 없었다. 단지 부모님이 가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친하다보니 싸게 해준다고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갑자기 미용사가 머리를 펴보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5만원 정도 하는 것을 그냥 커트값에 해주겠다는 것이다. 나쁠 것 없다는 생각에 깔끔하게 보일 수 있게만 해달라고 했다. 머리를 펴는 것은 그때 처음으로 해봤다. 꽤 오랫동안 걸렸다. 무료로 해주면서 많은 정성을 쏟아주는 것이 매우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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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의 실력을 보면서 영화 가위손이 생각났다.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머리를 편 후 깔끔하게 잘라줬다. 머리를 자르고 나서 갑자기 눈썹도 다듬어주었다.(이 부분에서 매우 놀랐다.) 모든 일이 마무리 되고나서 거울을 보았다. 거울을 보았는데 마치 다른 사람이 앞에 서있는 것 같았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영화 가위손에서 주인공이 한 여자의 모습을 바꿔놓은 것처럼 미용사는 마술을 부렸다. 머리 모양이 달라져봤자 얼굴의 느낌이 얼마나 변할까 하는 생각이 거기서 깨졌다. 미용사의 마술에 사람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다. 단지 머리를 펴줬기 때문이 아니다. 그 후로 머리 펌을 몇 번 해봤지만 처음 해줬던 미용사보다 잘 해주는 미용사도, 그리고 잘 정리해주는 미용사도 없었다. 10만원을 줘도 무료로 해주었던 그 미용사보다 잘하지 못했다.

위대한 미용사는 분명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몰입과 최선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었다. 당시 그 미용사는 미용사로서 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일에 몰입하며 그것을 통해 행복을 찾는 모습이었다.

이 미용실에 단골이 되었다. 그래서 머리를 잘라야 할 때가되면 이 미용실만을 찾아갔다. 하지만 미용사에게서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무료로 해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해주었던 그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용사는 미용을 하는데 있어 제 값을 받지 않았다.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값을 깎아주었다. 미용실은 실력 좋고 값도 싸다는 소문에 사람들로 붐볐다. 미용사는 돈을 아끼기 위해 사람을 두지 않았다. 부족한 시간 때문에 점점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분명 미용실을 갈 때마다 미용사의 커트 시간은 단축되었다.

무슨 일인지 부모님께 묻자 남편에게 큰 빚이 있다고 한다. 동네 미용실로 밀려난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빚을 진 남편과 어린 아이들이 미용실에 딸린 방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다. 미용사가 왜 그토록 돈에 집착하는지 알 것 같았다. 솔직히 미용사가 원한다면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머리를 맡길 의향이 있었다. 그 정도로 미용사는 실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이제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언제인가 싼값에라도 머리를 자르기 위해 가봤지만 미용실은 문을 닫았다. 미용사의 열정을 잡아버린 그 돈이 갑자기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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